2010년 9월 23일 목요일

양곤 동물원 방문기

지난 9월 12일 처음으로 양곤 동물원엘 다녀왔습니다. 수 없이 지나다닌 깐도지 호수 공원 남쪽 길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양곤에서 생활한 총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참 돌아다니길 싫어하나 봅니다.



여긴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원으로 출발하기 전 호텔 입구에서 찍은 호텔 메인 게이트 모습입니다. 양곤은 시내 어디를 가든 1년 내내 크고 푸르른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어 참 보기가 좋습니다.


여기가 동물원입니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이리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여기는 출구였습니다. 입구는 좌측에 조그맣게 따로 있더군요. 아직 우기라 습기 때문에 사진이 좀 뿌옇게 나왔습니다. 에어컨이 열심히 돌아가는 차에서 내린 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습니다.


여기가 바로 입구였습니다. 마눌님께서 미얀마 말을 잘 해서 그런지, 내국인 티켓을 받아왔더군요. 미얀마에서는 대부분 외국인은 내국인 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어야 합니다. 내국인 입장권이 1인당 1천짜트 인데, 외국인 입장권은 3천짜트 정도인가 봅니다. 저희 부부야 여기 오래(?) 살아서 내국인 처럼 보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같이 간 동료 부부가 입구에서 바로 걸렸습니다. 1인당 2천짜트씩 더 내고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여기 1천 짜트는 현재 환율 기준 한화로 1,260원 정도 합니다.)


동물원 입구로 들어가면 좌측에 제일 먼저 원숭이 우리가 보입니다. 무리 중 용감한 한 녀석이 이렇게 쇠창살 사이로 사람들이 주는 것들을 받아 먹으려 손을 뻗습니다. 이 기회에 제 처도 원숭이와 악수를 합니다.


곰 우리에서는 사과 부스러기를 던져 줘 보기도 합니다. 잘 받아 먹네요. 전체적으로 우리가 허술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관리가 잘 되는 동물원의 우리라기 보다는, 그냥 시골의 가축 우리 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뭐, 크게 위험하다고 느껴지거나 할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하마 두마리가 구경꾼들이 뭐 던져주는 게 없나 우스꽝 스럽게 머리를 쳐 들고 있습니다. 가끔 먹을 게 있다 싶으면 그 큰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 녀석은 신기하게도 머리에 무슨 목각 그림 같은 것이 붙어 있습니다.


제 처가 창살 사이에 끼워둔 사과 부스러기를 빼 먹으려고 하네요.


그냥 덩쿨인 줄 알고 지나치려다 자세히 보니 마치 메두사의 머리에 달려 있을 것 같은 뱀들이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이렇게 오래된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 30~40년은 되어 보이는 트럭인데, 아직 현역이랍니다.


낙타 한 마리가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해 주네요. 구경꾼들을 겁주기 위해서 그러는 지, 잘 보이려고 애교를 부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껑충껑충 뛰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제 처가 기린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이 녀석은 마치 자기가 동상이라도 되는 것 처럼 꼼짝 않고 가만히 있더군요. 가끔 고개만 돌려가며 주변을 살피는 정도입니다.


이 녀석은 날개 부분을 크게 다친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은 우리 밖으로도 나오고 그러던데, 아마 우리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다 공격을 당한 게 아닌 가 싶습니다.


겁이 없는 제 처가 호랑이 우리 바로 앞까지 가서 굶주린 호랑이를 찍고 있습니다. 수의사인 제 처가 동물원 관계자들을 만나서 미얀마 말로 뭐라고 얘기를 하니, 관계자들 중 한 명이 가이드가 되어 일반 관광객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데려다 주며, 동물들에 대한 소개까지 해 줍니다.


여기 호랑이들은 참 많이 말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더군요. 아무래도 가난한 나라인데다, 불교국가이다 보니 육식동물을 배불리 먹이기가 쉽지 않은 가 봅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호랑이 주제에 새끼 잃은 소가 낼 법한 소리들을 내며 울더군요. 어찌나 크게 울어대던지 귀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이제 동물원이 문을 닫을 시간이었는데, 동물원 관계자 분의 도움으로 저녁 식사 중인 새끼 코끼리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별미로 바나나도 줘 보고, 그 대가로 등을 빌려 올라타 보기도 합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살짝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바나나 줬으니까...


이 녀석들은 건기가 되면 공연에 나서게 될 어른 코끼리 들입니다. 이 중 한 마리는 50살이 훨씬 넘었다고 합니다. 이제 곧 건기가 되면 이 녀석들의 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문을 닫은 동물원을 나가려는데, 한 외진 곳에서 시끄럽게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이 녀석이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무엇 때문인지 성질이 나면 저기 보이는 흰 머리 깃을 펼쳐 세우고 꽥 꽥 소리를 질러 댑니다. 저 작은 녀석이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를 질러 댈 수 있는 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늘은 부슬부슬 비도 조금씩 내리는 데가, 너무 늦은 시간에 동물원을 방문하여 제대로 된 구경은 못 한 듯 싶습니다. 건기가 되면 다시 한 번 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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