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4일 토요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
감독 : 홍상수
출연 :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공형진, 정유미, 유준상, 하정우
관람매체 : DVD

2004 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까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감상을 했었습니다만, 그 이후 작품들은 단 한 작품도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제 영화 취향이 점점 가볍고 자극적인 영화로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 입문 후에는 DVD는 거의 안 사고 안 보는 편이지만, 블루레이발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작품들은 가격만 저렴하다면 DVD를 통해서라도 접해야겠다는 생각에 몇 장을 질렀습니다. 마침 평소에 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기회가 잘 안 닿았던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와 <극장전 (2005)> 두 편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구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2004년 이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잘 접하지 못한 데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한 듯 합니다. <오! 수정>과 <생활의 발견>에서 열광을 했었고, 그래서 큰 기대를 가지고 접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저에게는 기억에 남을 것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영화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접한 홍상수의 영화는 <생활의 발견> 당시 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홍상수 영화만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야기 구성은 <생활의 발견>과 유사합니다. 영화감독인 구경남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제천을 방문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먼저 등장하고, 그리고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선배의 초대로 초빙강사 자격으로 제주도를 방문하여 겪는 이야기들이 뒤를 잇습니다. <생활의 발견>에서는 영화배우인 주인공이 춘천과 경주를 방문하여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그렸었지요. 어쩌면 <생활의 발견> 속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두 영화는 유사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그 시의 적절한 대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뭔가 거창한 말을 하는 거 같지만 알고 보면 속이 빈, 작가가 오랜 시간 생각해서 써낸 대사들이라기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 대사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 중에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유치찬란한 대사들도 등장하는데, 그 시의 적절함이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보이는 대사들이 너무 적절하게 잘 들어맞아 아주 멋진 대사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자기는 자기가 잘 아는 거 밖에는 영화로 만들지 못한다는 구경남의 대사는 홍상수 감독 자신의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전반에 걸쳐 자주 등장하는 대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구경남이 흥분하여 쏟아내는 대사들처럼 자신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하는 소비자들을 향한 불만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다음의 대사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간다는 게 두려워집니다.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야 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은 말들을 풀어놓는 건 아닌지.. 그래서 영화 얘기는 여기서 마쳐야 겠습니다.



DVD 는 할인판이라 그런 것인지, 본래 출시본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단 한 편의 부가영상도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독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기도 한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DVD의 화질에 대해서는 특별한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뭐 블루레이가 아니면 그 어느 DVD 인들 만족스러운 화질이 나오겠습니까.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본인이 직접 국내 정식 발매된 DVD에서 스크린 캡쳐하였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저작권자(영화제작사)에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