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일 토요일

<극장전> 현실과 소통하는 영화에 대한 열망?

<극장전, 2005>
감독: 홍상수
출연: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김명수, 이경진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함께 구매했던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DVD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답게 또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펼쳐집니다. 전반부에서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될 상원(이기우)이 종로를 우연히 거닐다 어린 시절 첫 사랑이었던 영실(엄지원)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었습니다. 어색한 만남이지만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결국 여관까지 향합니다. 이유도 언급하지 않고 뜬금없이 죽고 싶다는 상원의 말에 영실도 맞장구를 치며 함께 죽자고 합니다. 서울역 부근의 한 여관에서 수면제를 나눠 먹고 잠이 들지만, 구토를 느끼며 눈을 뜬 영실은 상원의 핸드폰으로 상원의 집에 전화를 해 주고 여관을 나섭니다. 어머니와 곧 결혼할 것으로 생각되는 아저씨(김명수)의 도움으로 병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 상원은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어머니에게 어머니와의 소통이 너무 어려워 죽을 결심을 했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가족들의 반응은 더 차갑기만 하고 죽어버리겠다며 뛰쳐 나가 옥상으로 올라가지만, 아무도 뒤 따라 나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극장을 나서는 영화배우 영실과 영화 감독 김동수(김상경)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암으로 죽어가는 동수의 학교 선배 감독의 회고전에서 상영한 영실의 데뷔작입니다. 저녁에는 위독한 선배 감독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후원을 위한 동창회 행사가 있지만, 친한 후배였던 동수지만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영화 속 상원과 영실처럼 종로와 남산 일대를 누비던 동수는 극장에서 만났던 영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첫 인사를 나눕니다. 오늘 저녁 있을 후원 행사에 초대되었다는 영실의 말에 동수도 생각이 바뀝니다.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 없는 동창회, 오직 그녀를 다시 만나야 겠다는 생각 뿐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창회 행사에 참석 후 선배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간다는 영실을 따라 동수도 병원으로 갑니다. 병원에서 다시 만난 동수와 영실은 영화 속 상원과 영실처럼 술잔을 나누다 여관으로 향합니다. 동수를 남겨 놓고 새벽같이 여관을 나선 영실은 다시 경희대 병원으로 가고, 동수 역시 아침에 병원으로 향합니다. 병원을 나서던 영실을 다시 만난 동수는, 영실을 붙잡으려 하고 영실은 동수에게 영화를 참 잘못 봤다고 핀잔을 주며 떠납니다. 병실에서 만난 선배는 살고 싶다고 동수 앞에서 절규합니다.


시점을 바꿔 가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 했던 <오! 수정>에서부터, 장소를 옮겨 가며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했던 <생활의 발견>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까지, 다른 듯 같은 혹은 같은 듯 다른 이야기 둘을 반복하는 그의 스타일이 <극장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영화 속 이야기들이 현실로 이어집니다. 이제는 마치 하나의 장르로 정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하하하>나 <옥희의 영화>는 또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반복 재현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현실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영화의 힘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요? 영화 속 영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죽음을 갈망하지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영화 속 현실에서는 바로 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자신이 느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극한 두려움을 보여줌으로써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관객들에게 훈계하고 싶었을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영화(상원)가 관객들(어머니,가족)과의 소통에 계속 실패하는 현실이 힘들어 영화(삶)를 그만두고 싶었던 감독 자신이 결국은 영화가 현실과 소통하는 (영화속 상원과 영실이 현실에서 동수와 영실의 관계로 재연, 확장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영화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절규(살고 싶다는 절규)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을 세상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또다른 극단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또 다른 소통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습니다. 영화 속 영화에서 상원의 자살이 최종적으로 실패하는 것은, 세상 사람 누구도 자신의 자살에 관심을 갖지 않고 심지어 가족들 조차도 죽겠다고 뛰어나간 자신을 막으려 따라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도한 해석일 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 아는 얘기만 영화를 통해 하겠다는 홍상수 감독의 독백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들은 이후로는, 이런 해석도 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감독의 손을 떠난 영화는, 관객의 해석과 이해를 통해 재창작이 된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이런 해석에 대해 홍상수 감독이 틀렸다고 타박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영화라기보다는 몰래 카메라를 보는 것 처럼, 아니면 셀카 동영상을 보는 것 처럼 아무 생각 없이 화면에서 펼쳐지는 영상들과, 등장인물들간의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행동들, 대화들을 엿보고 엿듣는 행위 자체가 즐겁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도데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싶어지지도 않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여운이 깊이 남는 그런 영화입니다.


여운이 많이 남지 않고, 생각할 거리도 많지 않은 오락영화라면 아무 때나 틀어 봐도 부담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라면 그에 걸맞는 환경, 마음 가짐이 필요합니다. 단 한 번의 감상기회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누구와의 소통도 단절시킨 채 영화와의 소통만을 생각할 수 있는 어두운 극장 안이라면 더 없이 좋겠지만, 뭐 DVD/블루레이라도 좋습니다. 영화 감상을 중간에 방해할 심적인 각종 걱정거리들 혹은 물리적 환경들, 이런 것들만이라도 최소화 된다면 말입니다. 블루레이에 길들여진 이제는 DVD를 통한 영화 감상은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자켓에는 영화 평론가 정성일과 허문영의 음성해설과, 출연배우인 김상경과 엄지원의 인터뷰 영상이 special feature로 포함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으려도 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메뉴는 영화 보기와, 설정, 장면선택이 전부입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할인판이라고 제작사에서 special feature 부분을 싹 드러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본인이 직접 국내 정식 발매된 DVD에서 스크린 캡쳐하였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저작권자(영화제작사)에 있습니다.>

댓글 1개:

  1. 정말 저역시도 영화를 보면서 이번에도 홍상수감독답구나 라는 느낌이 들더군요..항상 결말부분은 아무일없듯 특별할것도 없이 그저 평상시 생활과 별다를바 없는듯 끝이나고, 사실 처음에 홍상수감독의 영화를 접했을때 , 뭐야.. 이거 이렇게 끝나는거야 하고 영화보고 참 시간 아깝다 라고 했거든요 근데. 보면 볼수록 홍감독의 영화의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게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새롭게 깨달고 받아들이게되네요.. 그리고 님의 영화해석에 또 한번 생각해보게 되어 감사함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계속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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