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7일 일요일

<스캐너 다클리>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표현된 필립 K. 딕의 중독과 감시에 대한 고찰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2006)>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원작 : 필립 K. 딕
출연 : 키아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우디 해럴슨, 로리 코크레인

블루레이 타이틀 공급이 중단 된 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보니, 이제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DVD들을 하나 둘 씩 꺼내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2007년 쯤에 할인판으로 산 것으로 기억되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를 감상했습니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아이언맨 2>, <킥 애스>가 국내에 정발될 때 쯤 EMS를 통해 또 공수될 예정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 <마이노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등의 걸작 SF 영화들의 원작자이자 SF 문학을 철학적 사유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 받는 필립 K. 딕의 1977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라스트 스쿨데이 (Dazed and Confused, 1993)>,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스쿨 오브 락 (The School of Rock, 2003)> 등으로 잘 알려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웨이킹 라이프 (Waking Life, 2001)>에서 시도했던 실사 촬영 후 덧 채색을 한 실사+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완성하였습니다.


워낙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이기도 하거니와, 그 동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실사 후 덧 채색이라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에 잘 적응이 되지 못한 것도 한 이유가 될 듯 한데, 이상하게도 손이 잘 가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실제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초반에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도 힘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을 지나 마지막으로 달려가면서 필립 K. 딕 원작 영화의 특징이기도 한 반전(?)이 이러한 전반부의 고통을 해소해 주게 됩니다.


중독자들의 뇌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Substance D라는 신종 마약으로 큰 골치를 앓고 있는 몇 년 후의 미래사회에서, 마약 단속반원인 프레드 (키아누 리브스)는 마약딜러 밥 아크터로 위장하여 제임스 배리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어니 럭맨 (우디 해럴슨), 찰스 프렉 (로리 코크레인) 등의 중독자들과 어울리며, 마약 공급책인 도나 호손 (위노나 라이더)과는 연인 관계로 지내며 자아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프레드 자신 조차도 Substance D에 중독이 되어 뇌세포 손상이 심각한 정도로 발전한 상태입니다.


주의: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위장 신분의 친구인 제임스는 밥 아크터를 악명 높은 마약 딜러이자 테러를 계획하는 테러리스트라고 경찰에 밀고를 하게 되고, 프레드의 상관인 행크는 밥 아크터에 대한 밀착 감시를 지시합니다. 밥이 프레드의 위장 신분이지만 신변 보장을 위해 경찰내 최고위층을 제외하고는 이 사실은 아무도 알 지 못합니다. 또한 프레드의 상관 행크 역시 위장 상태로 프레드는 행크가 실제 어떤 인물인 지 알지 못합니다. 감시가 진행되면서 밥의 뇌손상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 지고, 이런 프레드의 상태를 알게된 행크는 그를 재활원인 New Path라는 곳에 입원을 시키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두가 프레드에게는 비밀로 진행되어온, 프레드의 희생을 전제로 한 계획된 위장 작전의 일환이었습니다. 경찰이 노리는 것은 밥이나 밥의 주변 인물이 아닌, 이 보다 더 큰 조직이었던 것으로 밝혀 집니다.


필립 K. 딕 자신도 마약을 즐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닉슨 행정부의 주요 감시 대상 인물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반영하여 이 작품에서도 마약 중독과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감시가 이야기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실사 촬영 후 덧칠한 기법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치 관객들마저 중독자들이 보는 환상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혼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영화 내내 환각상태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라스베가스에서의 공포와 혐오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1998)>와 비교될 만 합니다. 이러한 몽환적인 분위기는 반대로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주는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키아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우디 해럴슨, 로리 코크레인 등의 화려한 캐스팅이 인상적입니다만, 덧 채색으로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 연기와 매력이 조금은 가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초반의 지루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우디 해럴슨, 로리 코크레인 3인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키아누 리브스가 영화의 진지한 부분을 담당한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에 유쾌함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유쾌함과 반전성 엔딩의 강렬함이 오래 남을 그런 영화가 될 듯 합니다.


2006년 발매된 워너브러더스코리아를 통해 발매된 DVD는, 다소 거칠게 덧 채색을 한 영향인 지 DVD라는 매체의 저해상력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그런 화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운드 역시 영화 성격 상 크게 임팩트가 있는 사운드를 들려 주지는 않습니다. 음성은 영어와 태국어가 Dolby Digital 5.1로 실려 있으며, 자막은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가 실려 있습니다.


Special Feature로는 주연인 키아누 리브스와,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제작자 토미 팰로타, 작가인 조나단 레뎀, 그리고 필립 K. 딕의 딸인 아이사 딕 해켓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영상 등이 실려 있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국내 정식 발매된 DVD에서 스크린 캡쳐하였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저작권자(워너브러더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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