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8일 일요일

<멋진 하루> 헤어진 연인과의 하루 간의 서울 방랑기

<멋진 하루 (2008)>
감독 : 이윤기
출연 : 전도연, 하정우, 김혜옥, 김중기, 오지은, 특별출연 (한효주, 기주봉, 최일화)
감상매체 : DVD

미얀마에 생활하게 되면 일부 흥행작을 제외하고는 국내 영화 소식에 대해서는 많이 어두워지게 됩니다. 다행히도 제가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dvdprime.com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알게 된 <멋진 하루> DVD를 저렴한 가격 (8,800원)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여자, 정혜 (2005)>에 대한 기억이 좋았던 이윤기 감독의 작품이기에, 역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던 <여자, 정혜>와 함께 별다른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블루레이로 출시되기 어려운 한국 및 아시아 영화들, 유럽 및 3세계 영화들을 저렴한 가격의 DVD로 구하는 취미가 생겨버렸습니다.



영화 포스터는 참 예쁘게 잘 뽑아졌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아주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예쁜 포스터가 영화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희수(전도연)는 헤어진 지 1년이 지난 병운(하정우)을 찾아 경마장에 나타납니다. 경마장을 제 집 드나들 듯 해 보이는 병운을 만나자 마자 희수는 빌려간 돈 350만원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지금은 가진 돈이 없으니 나중에 계좌이체를 해 주겠다는 병운, 하지만 희수는 그 돈을 반드시 오늘 받아내려고 합니다. 이제 병운은 희수에게 그랬던 것 처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돈을 꾸러 다니고, 병운을 믿지 못하는 희수는 그와 동행하며 서울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병운의 스폰서로 짐작이 되는 중년의 여성 사업가 (김혜옥), 모터사이클 매니아이자 병운에게 불만이 많은 사촌 (김중기), 대학후배이자 과거 여자친구로 짐작되는 홍주(정경)와 그의 남편(김영민),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술집 여자 쎄미 (오지은),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병운의 대학동기 은정 (장소연)등을 만나며 350만원을 채워갑니다.


영화 줄거리에 걸 맞게 영화는 자연스레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라가게 됩니다. 희수의 승용차로 서울 시내를 누비다가, 병운의 실수로 차를 압수당하자 버스와 지하철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 둘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찾아 서울 시내를 헤메게 되고, 관객들은 희수는 왜 갑자기 350만원이 필요해졌을까, 또는 그녀가 진정으로 병운을 찾아온 목적이 무엇일까 하는 답을 기대하며 이 둘의 하루 동안의 짧은 여행에 동참하게 됩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1년만에 만난 연인이 하루 만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 키워가지만, 결국 영화가 끝나면서 그 둘은 다시 헤어집니다. 하지만 오늘의 헤어짐은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남겨두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차가운 듯 하면서도 등장인물들, 그리고 이들이 누비는 서울 시내의 풍경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촬영된 영상입니다. 그리고 하정우의 능글맞은 연기.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또 그 보답으로 되돌려 받는 여성들의 친절들. 희수에게는 이러한 그의 바람둥이 기질이 짜증스럽기만 할 뿐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를 점점 이해하게 됩니다. 관객들 역시 처음에는 단순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의 이러한 바람둥이 기질이 귀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가 진행이 될 수록 희수의 시점에 동화되어 그를 점점 이해하게 됩니다. 즉, 관객들은 처음에는 관찰자 시점에서 희수가 갑자기 병운을 찾은 이유, 희수와 병운의 과거 관계 등에 대한 궁금증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되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점점 병운을 바라보는 희수의 시점으로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이윤기 감독의 작품들을 다시 쭉 훓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한효주가 출연했던 전작 <아주 특별한 손님 (2006)> 역시 아주 저렴한 가격 (3,900원)에 판매하고 있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아쉽게도 배종옥이 출연했던 <러브 토크 (2005)>는 구하기가 쉽지는 않에요. 이제 1월 경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여자, 정혜>와 <아주 특별한 손님>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윤기 감독은 2009년 하정우와 수애를 주연으로 하여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촬영 중간에 제작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투자자를 확보한 이후에는 하정우의 <황해> 출연으로 제작이 장기가 지연이 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이윤기 감독이 차기작 제작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블루레이가 아니기에 화질 및 음향에 대한 언급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감상을 하기에 큰 무리는 없는 화질이었습니다. 어차피 블루레이 출시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 저렴한 가격을 생각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수록된 Special Feature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프리프로덕션 (8분 56초)
  - 프로덕션 노트 (20분 7초)
  - 배우인터뷰 (15분 20초)
  - 포스터 촬영현장 (3분 17초)
  - 시사회 현장 (3분 9초)
  - 예고편 (1분 47초)


P.S. <아주 특별한 손님>의 주연이었던 한효주가 이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합니다. 목소리 까메오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화면상에 한 컷 정도 등장하는 데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외에 모터사이클 동호회원으로 등장하는 중견배우 기주봉, 최일화씨도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국내 정식 발매된 DVD에서 화면캡쳐나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저작권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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